이오진

편집자 주

행정안전부의 보고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의 수는 2024년 11월 1일 기준 258만 3,262명으로 대한민국 총인구의 5.0%를 차지한다. K-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에 도취하고 글로벌 공동 제작의 일상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공연예술계의 외국인 동료들에게 제대로 된 성원권을 부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ACTiO는 총 3회의 ‘연속 기획’을 통해 공연예술계의 외국인 동료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마주하고자 한다. 첫 글은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오진이 3인의 외국인 동료들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이번이 2회차이다.

베튤

저는 어떻게 보면 ‘언어 자본’ ‘문화자본’이 있어 수월한 케이스이기도 하지만, 저 정도 거주했으면 보통 외국에 사는 터키인 친구들을 보면 정착한 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살고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나는 6살 때부터 와서 살았는데’…. 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거 같아요. 제가 ‘외국인’인 것은 저의 정체성 중 일부인데, 한국에선 단지 외국인으로만 인식될 때가 잦고. 배우로서 그냥 제 작업을 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자꾸만 ‘외국인’이 된다는 감각을 느끼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는 이민의 역사가 좀 더 기냐 짧으냐의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이민의 역사가 길면 시스템 안에 들어오지 못한 케이스들이 더 많이 이제 축적이 되어 포괄적으로 커버되는 게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이 문제를 조금 더 단순하게 보는 것 같고,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해서. 또, 최소한 유럽이나 미국이나 소위 이제 스스로 선진국이라고 이야기하는 국가들은 국제법상 지위 때문에 주변 눈치를 보거든요. 전반적으로 우경화되는 과정에도 난민들한텐 함부로 못 해요. 막 쫓아낸다거나 하지 못하죠.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죠. 그러니 한국처럼 난민 수용률이 1%가 채 못 되는 나라와 비교가 되는 것 같아요. ‘단일 민족’이라는 것과 ‘분단국가’라는 것을 한국 정부가 명분으로 삼는 거 같은데, 근데 실질적으로 이 나라에 살면서 우리가 단일 민족이고, 우리가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국가이고, 하는 걸 일상에서는 체감하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지미

저는 이주민 문제와 다른 사회적인 이슈들이 다 연결돼 있다고 느껴져요. (아주 천천히 생각하다가) 그러니까. 다 똑같은 느낌. 군대 가야 하는 것. 성소수자에 대한 배척. 이성애자 가부장 중심 사회에서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런 문제들이 다 연결되어 있는 거 같아요. 사람들의 선입견들이 변하기까지 어쨌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예요.

진완시

사실은 제도만 따지고 보면은 싱가포르 제도가 훨씬 더 엄격하거든요. 싱가포르는 완전 흑백. 블랙 앤 화이트. 법 정해놓으면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요. 사람들 그 법 따라야 하거든요. 근데 여기(한국)는 조금 더 인간미 있게 조율할 수 있는 느낌이 아직 있어요. 출입국사무소 가도 직원들 그렇게 해 주시는 분 있어요. 사실은 싱가포르는 아예 난민 제도 없거든요. 싱가포르 완전 capitalism(자본주의), elitism(엘리트주의). 어떻게 보면은 저는 여기 더 편한 이유, 바로 그거. 아직 인간적인 그런 면이 있어서. 불편한 거 있죠. 한국 법 제도 불편한 거 있지만도 ‘조율할 수 있는 여지’, 예, 그거 한국에서 느끼거든요. 불편한 부분 있어도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저 ‘외국인’이라서 그렇죠. 왜냐하면 저는 한국인이 아니라서 이거 100% equal(동등)하게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저는 일단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베튤

이제 결국엔 제도로 뭔가를 풀려면 풀리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가 외국인이고, 이주민이고 여기 사람은 아니니까 동등함을 주장하기가 사실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인 것 같고요.

진완시

베튤은 아주 어릴 때 한국에 와서, (성인 이후에 한국에 온 저의 경우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국가를 선택한 것이 아닌데 이민을 왔고, 이후로 너무너무 오래 한국에 살았고. 상황이 다를 수 있어요. 저는 대학 졸업하고 선택해서 여기 왔고, 제가 이곳에 온 것은 나의 선택이니, 불편함을 받아들여야 돼, 하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지미

제가 ‘외국인’이어서. 나를 더 잘 받아들여 줬으면, 하는 바람은 없어요. 페이퍼워크 할 때 프랑스 너무너무 느려서 한국은 생각보다 수월하고. 물론 답답할 때 있지만 그거 또 내 문제니까. 내 문제라서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싶은데. 근데 가끔 내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상대방도 정확하지 않아서 문제 생길 때 약간 ‘어떡하지….’ 하게 될 때 있죠. 내가 더 공부해야 되는 건가 싶고. 건강보험이나 뭐 이런 문제들 열심히 한국어 계속 더 공부해서 단어 하나하나 더 공부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고. 이게 그래도 내 문제이긴 해서…. 또, 그리고, 내 문제로 남에게 어떤, 특별히 이렇게 뭐 부담 주기도 싫고. 근데 모르겠어요. 반반이에요, 마음이.

‘나’의 문제이지만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진완시

저 3주 후에 비자 갱신해야 돼요.

지미

3주 뒤에. 파이팅. 별문제 없어요? 약속 잡았어요?

진완시

아직이요. 왜냐하면 그 문체부 추천서 먼저 신청해야 되니까.

지미

직접 가시나요?

진완시

저는 보통 가서 하거든요. 왜냐면 얼굴 보면서 직원분에게 ‘죄송합니다. 이거 도와주세요’ 이렇게 하면은 (문제해결이) 언제나 조금 더 수월해요. 문체부에 연락해서 ‘죄송하지만 추천서 언제 나오는지 알 수 있나요?’ 하면 직원들 열심히 알아보고, 해 주세요.

베튤

역시 태도의 문제인가.

지미

결국 이 외국인 돈 있나 돈 없나.

베튤

이 외국인이 온 나라가 돈이 있냐 없냐.

지미

들어오고나면 이 외국인 돈이 되냐 안되냐.

베튤

가능성 보고 나서 (증명서 보고) 실제로 돈 있냐 없냐.

진완시

포인트 제도도 그렇잖아요. 1

베튤

이공계 박사가 제일 높고요. 25점.

진완시

명문대 출신 이주민은 포인트 더 줘요. 일반 대학이면 10점, 고졸이면 더 떨어지고 이런 식으로 그리고 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한 나이일수록 점수가 제일 높고요. 경제 활동이 활발한 20-30대가 제일 포인트 높아요.

지미

이렇게 나이가 먹고… 이렇게 쓸모 없는 외국인 되고 있어요. (웃음)

진완시

그래도 (지미는) 교포 비자니까…

지미

그것도 이상하잖아요. 미안한 마음이 계속 들게 되어요.

베튤

인문계 석사는 사실 다른 게 아무리 높아도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안 받고선 점수 못 채워요. 이공계 박사는 더 높게 줘요.

진완시

25, 25, 지금은 25.

베튤

아무튼 근데 이제 이렇게 제도로 들어가면 되게 이게 되게 되게 축소되는 느낌인데 결국엔 정말 자본주의의 문제입니다.

지미

이민의 politic(정치) 그런 거 같아요. 국가에서는 모든 걸 실용적으로 생각하니까. ‘이 외국인 노동자 국가에 필요하냐 안 하냐’는 식으로. 예를 들어 최근 스페인에서 노동인구 많이 모자라는 상황이라 한꺼번에 50만 명한테 비자 뿌렸어요. 되게 경제적인 이유지요. 현실적으로 노동자 필요한 상황에서 그렇게 한꺼번에 비자 발행하고 동시에 다른 유럽 나라들은 더 딱딱하게 문 걸어 닫고 있고. 뭔가 되게 이상하게 느껴져요. 돌아가고 있는 생각, 방식, 전혀 인간적이지 않아요. 때문에 그 시스템을 반복해서 경험하면 ‘어쩔 수 없지, 뭐’라고 체념하고 생각하게 되는 거 있어요. 저마저도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는 한편, 그래서 그래도 나한테 조금 그래도 직원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괜히 ‘그래 그래. 그럴 수 있지’ 싶고. 결국 태도의 문제인가.

베튤

영국에 갔을 때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었어요. 액팅 스쿨 앞에 배우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는데, 서로 다른 인종을 가진 배우들의 프로필 사진이 걸려있고 사진 아래 ‘ACTORS’라고만 써있더라고요. 그들이 모두 ‘외국인 배우’ 가 아니라 그냥 ‘배우들’로 지칭 되는. 그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50년 후의 한국을 상상하기

지미

(웃음) 달라질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너무 비관적일 수도 있어요. 최근에 들은 이야기인데, 한국 부부가 아이를 낳는데 신도림 쪽 사신다고 해요. 그런데 학교에 중국인 이민자 자녀들이 많기 때문에 이사 가야 되지 않을까 고민하시더라고요. 오히려 더욱더 (인종적으로) 더 섞여야 답이 나올 것 같은데 근데 그 섞이는 거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은… 아직은 사람들이 (배타적인) 마음을 쉽게 이렇게 덜어내지 못하는 거구나, 또 한 번 느끼게 되었었어요. 인종적으로 ‘외국인’인 이들이 체감할 정도로 한국의 인식이 변하는 건 되게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는 그들이 한국 국적을 가질 기회가 생긴다면 기꺼이 가질 거라고 생각해요.

베튤

그러면 오히려 제도는 인식보다 빨리 변할 수도 있겠네요.

진완시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지미

그럴 수도 있어요.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세 분은 ‘이주 배경을 가진 예술인’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각자의 이주 배경을 갖고 있기에 오늘 대화를 나눈 이들 그 누구도 이주민의 대표성을 띨 수는 없다. 그러나 이주민으로서 느끼는 약간의 체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견해 보려 하는 가능성들, 이 사회의 문제를 파악하고 자신의 태도를 수립해 온 과정들을 공통되게 목도할 수 있었다. 제도가 바뀌면 따라올 사회적 인식과,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제도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수도권에 살지 않고, 커뮤니티 기반이 약하며,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한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는 다른 이주민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인터뷰의 초입에도 언급하였던 전 세계적인 우경화의 흐름 앞에서, 대한민국이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주 배경 창작자들 개개인들의 문제가 결국 개인의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다양한 이주민의 데이터들이 쌓여 ‘데이터화’ 되고, 비자 시스템의 문제들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정되고, 그 수정 된 시스템이 다시 새로운 데이터를 자원으로 하여 계속하여 수정·개선되어 한국 사회에 정착되기까지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그 물리적인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계속 발화를 이어 나가야 할 것이다.

아무도 그냥 이주민이 아니다. 인종과 언어 구사 능력과 통장의 잔고와 모국의 정치 상황과 상관없이, ‘관리대상’이거나 ‘노동가능인구’로 지칭되고 규정되기 이전에, 존재 그 자체로 받아들여져야 할 ‘사람’이라는 것. 이주민이자, 각자의 개인성과 대표성을 갖고 이 나라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 또한 ‘난민’ ‘결혼 이주 여성’ ‘외국인 노동자’ 에 포함되지 못하는 수많은 존재가 경계에서 자신의 디아스포라를 감각하고 있다는 것.

‘K-컬처 300조 원 시대’를 말하기 전에, 이재명 정부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 배경 예술인들에게, 또 다양한 이주 배경을 가진 200만 명의 이주민들에게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몫이 있고, 또 작업자이자 시민인 우리의 몫이 있다.

이오진

호랑이기운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쓰고 무대에 올린다.

instagram.com/tiger.power.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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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점수제 거주비자는 연간 소득, 나이, 학력, 한국어 능력 등을 점수로 환산하여 일정 점수(120점 만점 중 80점 이상)를 넘으면 취득이 가능한 비자이다. 학력 등의 포인트에 따라 2~3년, 길게는 5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프리랜서’라는 기준은 정부의 시스템에 포함되지 않았고, 이주민 예술가인 베튤은 소득이 최저임금이 안되는 이유로 6개월에 한번씩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불안감이 있었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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