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승훈

편집자 주

2026년 4월 7일, 연극인 6명(기국서, 오세곤, 오태영, 채승훈, 채윤일, 황동근)의 발의로 2013년 가을 국립극단의 검열 사태에 대한 당시 예술감독 손진책의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300여 명의 연대 서명과 함께 공개된 바 있다. 또, 검열 사태와 관련하여 5월 2일에는 연출가 남인우의 글이, 5월 29일에는 연출가 채승훈의 글이 본지에 수록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에 답하여 손진책은 지난 6월 6일 “이번 사태에 대한 저의 입장”이란 제목의 글을 연출가 오세곤에게 보내 SNS에 공개하였다. 이에 연출가 채승훈은 다시 손진책의 입장문을 반박하는 글을 보내왔다. 사안의 시의성을 고려하여 본지는 첫 호외를 발행한다.

손진책 연출가의 입장문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진실과 동떨어져 전혀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손 연출님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시길 바랍니다.

핵심은 남인우 연출가가 제기한 손해배상 재판에서 남 연출이 승소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곧 ‘빨간줄 대본’의 존재는 물론, 손진책 당시 예술감독의 지시에 의해 ㅊ사무국장이 남인우 연출에게 그 대본을 전달한 사실, 그러므로 해서 사전검열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등이 모두 인정되었다는 것입니다.

법적 판결을 부정하는 겁니까?

사 건 2022가단5301930 손해배상(기)


—중략—


1. 인정사실

가. 피고 재단법인 국립극단(이하 ‘피고 국립극단’이라 한다)은 연극작품의 창작과 공연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다. 원고는 2013. 9. 24.부터 2013. 10. 5.까지 피고 국립극단의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 ‘구름’이라는 연극(이하 ‘이 사건 연극’이라 한다)의 공동각색자이자 연출자이다.

나. 피고 국립극단에서는 2013. 9. 3.부터 2013. 9. 15.까지 ‘개구리’라는 연극을 공연하였는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라 한다) 공연전통예술과 김○○ 과장은 2013. 9. 12. ‘국립극단 기획공연 관련 현안 보고’라는 문서(이하 ‘이 사건 보고서’라 한다)를 완성하여 청와대에 보고하였다. 이 사건 보고서는 연극 ‘개구리’에 대하여, ‘내용상 문제점’으로, ‘그분(노무현 전 대통령 상징)’과 ‘카멜레온(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화를 통해 ‘그분’을 미화하고 ‘카멜레온’을 비하적으로 묘사한 점,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기말고사 컨닝’으로 풍자한 점, 윤창중 전 대변인 스캔들을 풍자한 점 등을 지적하면서, ‘국립극단 예술감독(손진책) 조치사항’으로, ‘연출가로 하여금 결말을 수정하도록 하고 과도한 정치적 풍자를 대폭 완화하도록 지도하는 등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하도록 조치’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 사건 보고서는 ‘향후 조치계획’에 관하여, “향후 국립극단 작품에 ‘편향된 정치적 소재’는 배제토록 강력 조치”한다면서 ‘아리스토파네스 시리즈 2차 작품[구름(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추문 등 패러디 내용 포함 예정), 9. 24.~10. 5.] 등 2013년 국립극단 후속작품에 정치적 소재의 내용은 배제토록 조치’한다고 기재하였다.

다. 한편, 2013. 9. 당시 피고 국립극단의 사무국장이었던 최00은 이 사건 연극의 상영으로부터 약 2주 전인 2013. 9. 10.경 피고 국립극단의 예술감독이었던 손진책으로부터 노란 봉투를 건네받았고, 손진책에게 ‘뭡니까?’하고 물으니 손진책이 ‘이게 뭔지도 모르고 보고 싶지도 않지마는 이거를 원고에게 전달을 해라’고 말하였다. 이에 최00은 위 봉투를 원고에게 전달했고, 원고와 최00은 함께 그 안의 내용물을 보았는데, 이 사건 연극의 대본으로서 특정 대사에 대해 삭제 또는 수정을 요구하는 붉은 줄이 그어진 것이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의 요지

피고 대한민국 소속 문체부 공무원은 피고 국립극단에서 공연 예정인 이 사건 연극의 대본을 사전에 검열하여 정치풍자적인 내용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이를 배제 혹은 수정하도록 하는 조치를 지시하였고, 피고 국립극단 소속 예술감독이 공연 예정인 이 사건 연극의 대본을 검열하고 수정을 지시하였는바, 이러한 행위는 원고의 예술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불법행위로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위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위자료… — 이하 생략 —

(강조는 필자)

위는 1심 판결문입니다. 손연출가가 자행한 사전검열 행위가 그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판결은 2심과 3심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인정되었습니다. ‘빨간줄 대본’은 존재치 않았다는 손 연출가는 대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는 것입니까?

피고가 아니다?

저를 피고로 삼은 적도 없습니다. 저는 해당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었으며, 그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소환되어 증언한 바도 없고, 다른 사법절차에서 소환되어 제 입장을 진술한 사실도 없습니다. 제가 위 소송에서 증인으로 증언하였거나 제가 피고로서 제 입장을 명확히 밝힐 기회가 주어졌다면, 당시 제가 어떻게 행동하였는지에 대한 판결의 내용이 달랐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손진책 연출가의 입장문 중에서

손 연출은 이번 재판에서 자신은 피고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위의 판결문을 보면 ‘피고 국립극단의 예술감독’ 등으로 계속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립극단이 피고가 된 것은 과거 손진책 예술감독의 범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에서 제기된 것입니다. 단, 이 재판은 국가, 국립극단을 대상으로 하는 민사소송이기에 당시 예술감독 대신 현 예술감독이 피고 신분이 되는 것뿐입니다. 만일 형사소송이었다면 손진책 연출가는 직권남용, 강요, 업무방해 등의 죄목으로 피고 신분이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형사는 민사와는 달리 공소시효가 지나버려 고소하지 못하게 되었을 뿐입니다. 형사사건 공소시효인 7년이 지난 것도, 사실상 손 연출 같은 분들이 그동안 애써 모른다는 식으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도리어 묻고자 합니다.
왜 형사, 민사가 다 끝난 이 시점에 불쑥 ‘빨간 줄 대본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겁니까?

증인으로 부르지 않았다는 주장도 잘못된 논리입니다. 손 연출을 증인으로 부르지 않은 것은, 대본의 존재나 전달 등의 사실을 원고, 피고가 함께 인정하거나, 더 이상의 증인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확실한 증언, 증거, 정황증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판결문에서,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라고 표기 되어있는데 그것이 증명합니다.

기회가 주어졌다면 나가서 증언했을 거라 했는데, 그것도 이해가 가지 않고 도리어 되묻고 싶습니다. 지은 죄가 없다면 당연히 국립극단 측의 증인으로 나가겠다고 해야 하지 않았나요? 그런 정도는 얼마든지 요청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요? 1, 2, 3차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왜 가만히 계신 겁니까? ‘대본의 존재를 부정하는’ 입장이라면 도리어 스스로 재판에 나가서 그러한 주장을 해야 했던 것 아닌가요?

지금껏 왜 대본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습니까?

손 연출가는 그동안 대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으며,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해왔습니다. 문체부 진상조사위에서도 대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습니다.

참고인 손진책(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위원회 조사에서 ‘공연 대본에 코멘트를 달아 최○○ 사무국장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공연 대본에 빨간 줄이 쳐진 것에 대해서 보고 받은 적이 없어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 문체부 진상조사위 자료 중에서

2017년 연극인과의 모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빨간 줄 대본’이 아예 존재한 적 없다는 식으로 주장합니다. 왜 처음부터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것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그리고 손 연출가의 ‘빨간 줄 대본이 없었다’는 주장은 대본의 존재를 증언한 두 후배 연출가를 자칫 거짓 증언자, 허언증 환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당시 사무국장이었던 ㅊ연출가는 2021년 8월 19일 ‘국립극단 자체 진상조사위’에서 이렇게 증언합니다.

제가 남인우 연출, 지금 바로 이 자리네요. 저 자리에서 우리 같이 앉아서 얘기를 나눴는데, 그날이 정확히 며칠이었는지 기억이 납니다. 그날 예술감독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노란 봉투를 하나 던져주셨습니다. 제가‘뭡니까?’물었더니 자기는 이게 뭔지도 모르고, 보고 싶지도 않지만 이거를 남인우 연출에게 전달하라는 지시가 나왔습니다. 제가 모시고 있는 예술감독님의 지시고, 어쨌든 두 권을 받아 들고 나왔는데, 말씀하신 순간 이게 대본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렇다면 뭔가가 쓰여진 대본이겠구나, 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고요. 구석에 가서 혼자 담배 피우면서 계속 고민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제가 모시던 예술감독님이고 연극계 어르신이고 저도 연극을 하는 후배로서 그분의 말씀을 거역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남인우 연출에게 그것을 전달했고, 남인우 연출과 같이 그 내용을 보게 됐습니다. 역시 예상했던대로 줄이 그어져 있고, 뭐 이런 경험이었습니다 — 중략 — 남인우 연출과 얘기를 하면서 저도 창작자이고 연출가이기 때문에 이런 게 온다는 거 자체는 이해가 안 되고, 그런데 어떻게든 공연이 갈 수 있게끔 해 보자고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남인우 연출에게 이것을 원치 않는다면 우리가 안 받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내가 그것을 없애도록 하겠다, 이런 정도로 얘기를 했고요. 남인우 연출이 충분히 그걸 같이 본 다음에 본인은 받지 않겠다고 최종적으로 얘기하셨고, 저도 그 말을 듣고 대본을 들고 국립극단 밖으로 나가서 어느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던 것으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어쨌든 그것을 처음 받았을 때 거기서 제가 정리하지 못한 잘못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리고.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고 정말 자유롭게 창작하고 예술 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저도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아무튼 당시의 많은 아픔과 어려움, 그렇게 하면 안 됐을 분들에게 다시 한번 사죄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도대체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불이익과 불명예를 감수하고 거짓 증언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또 남인우 연출가도 같은 날 다음과 같이 증언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매우 슬프고 난처하고 어찌할 줄 모르면서 말을 건넨다. ‘남연출 이거 이 대사 말이지 좀 안 되겠지?’ 서로 눈을 맞추기 싫어서 멀뚱거린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대본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쉰다. 진한 담배 냄새… 연달아 세 대 이상을 피신 것 같고, 고개를 살짝 돌려 나도 그 난처함의 원인 제공인 대본을 본다. 며칠 전에 드린 수정본이다. 보인다. 아주 정갈하게 그려져 있는 밑줄… 빨간 줄, 굉장히 많은 부분 빨간 줄이 정갈하게 밑줄이 쳐서 왔던 기억이 남는다”. 그때 기억은, 말씀하셨던 것처럼 국장님이 너무 힘들어하고 난처해하고 그래서 그냥 이미지로 기억에 남겼어요. 그 담배 냄새 하며, 막 손도 부들부들 떠셨던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국장님께서 그때 이런 일을 했던 거에 대해서 사과하는 것이 사실 좀 불편해요. 이거는 사과할 필요는 없는 거예요.

없는 사실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경우는 또 어디 있습니까? 대본이 존재치 않았다는 손 연출의 주장은 그야말로 헛된 꿈 같은 주장일뿐입니다. 또, 그렇게 대본 존재를 완전히 부정한다면 손 연출은 왜 그동안 그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의 주장대로라면, 그들은 명백히 당신을 범법자로 몰아세운 셈인데도 말입니다. 그것 또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노력?

손진책 연출가는 자신이 표현의 자유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황은 그 반대입니다. 다음은 ‘구름’ 이전에 공연된 ‘알리바이 연대기’ 연출가의 증언입니다.

….그때 손진책 감독님은 거의 매일 연습을 보러 오셨죠……

…..예술감독님은, 올해가 박근혜 정부 첫 해니까 ‘박정희’ 이름이 직접 나오고 이래서는 아무래도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쪽으로 슬쩍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은 보시다가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끝나고 잠시 얘기 좀 하자고. 갔더니, 예술감독으로서의 얘기하는 건데 ‘네 작품은 미학적이지가 않다’, ‘예술적이지가 않다’, ‘이런 건 메타포를 동원해서 비유적으로, 예술적으로 표현을 해야 하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죠. — 중략 — 뭔가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여쭤봤어요. 혹시 위에서, 정부나 문체부에서 어떤 관여 같은 게 있느냐, 그냥 웃으면서 슬쩍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감독님이 ‘뭐, 그런 건 아닌데, 아무래도 이쪽 정부가 됐으니까’라면서 은연중에 말씀하시는 거예요…..

…. 그러다가 세 번째인가 불려갔는데, ‘박정희가 좌익 활동을 했다는 거는 하나의 설에 불과한 건데 그걸 네가 하나의 사실처럼 이야기하는 거는 곤란하다’ 이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렇지 않다, 그건 증거가 다 있고, 역사책에 다 나오는 거다, 그랬죠. 이렇게 내용에 대해 지적하시더라고요. 좀 안 했으면 한다….

…… 그다음에 고사 지낸다고 하니까 오셨어요. 오셔서 무대를 보시더라고. 저 사진, 저거 어떻게 하냐고. 저게 공연 내내 붙어 있으니까. 그러다가 대뜸 ○○○ 선배랑 저를 같이 부르시더니만 거기서 또 갑자기 박정희가 사회주의 활동을 한 게 아니다, 박정희가 좌익 활동을 했다는 건 좌파들 모함인데 자꾸 이게 국립극단 입장처럼 되어버리는 건 곤란하다, 이런 얘기를 또 하시는 거예요, 배우들 다 있는 데서. 그래서 논문이랑 증거들을 다 보여드렸죠. 책에 다 나와 있는 거다. 감독님이 옛날 공부했을 때랑 지금이랑 현대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모르시는 거 같은데, — 후략 —

― <알리바이 연대기> K연출가의 문체부 진상조사위에서의 증언

당시 예술감독이었던 손 연출가는 집요하게 <알리바이 연대기>의 K연출가에게 무대표현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나. 피고 국립극단에서는 2013. 9. 3.부터 2013. 9. 15.까지 ‘개구리’라는 연극을 공연하였는데, — 중략 — 공연전통예술과 김○○ 과장은 2013. 9. 12. ‘국립극단 기획공연 <개구리> 관련 현안 보고’라는 문서(이하 ‘이 사건 보고서’라 한다)를 완성하여 청와대에 보고하였다.
…… ‘국립극단 예술감독(손진책) 조치사항’으로, ‘연출가로 하여금 결말을 수정하도록 하고 과도한 정치적 풍자를 대폭 완화하도록 지도하는 등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하도록 조치’하였다고 보고하였다.

― 판결문 중 증거가 된 당시 청와대 보고 문건 내용

손 연출가가 문체부의 지시를 받아 연극 <개구리>의 P연출가에게 대본 수정을 하도록 조치하였다고 문체부가 청와대에 보고하고 있습니다. 위의 증언들을 보면 손 연출가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쪽보다는 그를 도리어 억압하고 관의 사전검열에 협조하는 부역자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본인이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인가요? 그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그리고 위의 증언들은 도리어 그가 그 이후의 연극 <구름>에도 역시 그런 검열 행위를 했을 거라는 확신만 더욱 강하게 할 뿐입니다.

ㅊ사무국장의 증언을 보면, 손 연출은 대본 봉투 전달 시에 그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가 <구름> 이전에 자행한 이런 행위들을 본다면 그가 봉투를 열어보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가 어렵습니다.

손진책 연출께 다시 한번 요구합니다. 빨간 줄 대본의 존재는 이미 불가역적인 진실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요구하는 것은 ‘그 수정 대본이 누구에 의해서 작성’되었는지를 알고자 함입니다. 누가 빨간 밑줄을 그어가며 대본을 작성했는지 말해주시기를 진심으로 요청합니다.

그동안 많은 연극인들이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부단하게 싸워왔습니다. 그러나 그 투쟁의 어느 현장에도 손 연출가는 우리 곁에 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손 연출님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노력했다는 말씀은 거두시길 바랍니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힘들게 싸워온 동료 연극인들을 크게 모욕하는 겁니다.

손 연출가님,
님의 입장문은 진실을 원하는 연극인들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습니다. 그 글은 님에게 요구하는 진정한 사과, 예술원 회원직 사퇴라는 우리의 입장을 더욱 강하게 만들 뿐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표현의 자유에 관한 이 문제는 우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연극 역사에 정확하게 기록되어야 할 대상입니다. 하기에 더더욱 엄정하게 끝까지 옳고 그름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손 연출가님도 부디 그렇게 임해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야 이 무자비한 검열의 시대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술원 회원 여러분,
재판 결과에는 손진책 현 예술원 회장의 사전검열 행위가 분명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짓은 사회의 다른 분야와 비교하자면 살인 행위에 버금가는 범죄입니다. 더구나 이번 사안은 예술가가 동료 예술가에게 가한 용서치 못할 행위인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껏 예술원은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습니다. 같은 식구이기에 그냥 봐주는 것이라는 의심을 많은 연극인들은 하고 있습니다.

또 제 기억으로는, 과거, 권력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던 때에 예술원은 그 어떤 의견도 낸 바가 없습니다. 만일 이런 일에 사사건건 침묵한다면 여러분들이 예술계 원로라고 칭송받을 수 있겠습니까? 예술적 사명감도 없고 후배들에 대한 동지 의식도 없고 오직 자리를 누리기만 하려는, 그런 원로들의 예술원이라면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채승훈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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