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자

서울문화재단이 발행해온 웹진 〈연극in〉의 폐간 논란이 예술계 안팎에서 뜨거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재단은 예산 축소와 사업 효율화를 이유로 휴간을 발표했지만, 연극인과 시민 2천여 명이 반대 서명을 내며 “공론장을 없애는 행위”라 비판했다. 문제는 단순히 한 매체의 존폐가 아니다.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담론의 장을 없애려 하다니… 예술가들의 활동을 누구의 시선으로 재단하고 있으며, ‘지원금으로 운영된 것이니 지원재단 임의로 폐간한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공론장을 없애는 권력, 그 불안한 방향

〈연극in〉은 지난 십수 년간 한국 연극계를 기록하고 담론을 축적해온 거의 유일한 온라인 공간이었다. ‘꽃점’이라는 독자평에서부터 시작하여 창작의 이면, 노동의 현실, 대학과 현장의 폭력 문제, 젠더 이슈와 제도적 부조리까지, 인터뷰, 비평, 좌담 등을 통해 관객과 연극계 내부의 목소리를 함께 다루며 그동안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던 현장의 목소리를 심층적으로 담아왔다.

그런데 서울문화재단은 “효율성이 낮다”, “구독자가 50명밖에 되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이 매체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효율성과 수치의 논리로 예술을 판단한다면, 서울문화재단이라는 기관 자체의 존재 이유 역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문화재단은 시장에서 밀려난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적 시스템이다. ‘비효율’을 감당하고, ‘비경제성’을 감싸 안는 것이 예술 지원의 본래 책무다. 예술을 시장의 논리로만 재단한다면, 그 순간 공공예술지원의 근거는 사라진다. 그런데 그런 공적기관인 서울문화재단이 오히려 ‘구독자 수’를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연극in> 폐간 논란 기사에 따르면 재단은 새로운 포털 ‘SPAC(Seoul Portal of Artwork Certified)’을 오픈하며, 기 지원한 작품 중심으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에 주력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지원작 중심의 플랫폼은 언론이라는 독립적인 발언과 공공의 장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서울문화재단의 ‘공모 선정 작품’이라는 틀 안에서만 콘텐츠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 달리 말하면, 공모라는 틀에서 제기할 수 없는 실험적 담론이나 비판적 글쓰기는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또다시 반복되는, 언론이 멈추는 순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2015년 문화예술계에 정치검열 문제가 가시화되고, 국정감사를 통해 블랙리스트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는 데에는 당시 심사에 참여했던 연극평론가들의 내부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용기있는 문제 제기 이후 우리가 목도했던 것은 이어진 연극 담론 지면의 폐간 사태였다. 독재자가 가장 먼저하는 일이 언론을 없애는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오랫동안 예술계의 소식과 평론을 접할 수 있었던 웹진이 바로 사라졌고,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기획자들에게 중요한 예술경영, 해외교류 등을 접할 수 있었던 웹진 역시 중단되었다. 그러한 폭력적인 조치 이후, 예술인들의 저항과 싸움을 통해 복구되었지만, 담론의 장으로서 과연 제대로 회복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왜 이런 폭력적인 입막음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지 고통스럽기만 하다.

연극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났던 폭력, 그 후의 침묵

이번 사태를 둘러싼 또 하나의 불편한 지점은 서울문화재단 송형종 대표이사가 과거 모 대학에서 제자에게 폭력 논란이 제기되었던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제자의 용기 있는 고발을 계기로 예술을 지망하는 예비 예술인을 둘러싼 내부의 폭력적 구조가 사회적으로 논의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공론화 과정을 함께했던 연극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담론의 장인 〈연극in〉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단순한 사업 구조조정인가, 아니면 권력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배제의 수단인가? 만일 침묵을 강요하고, 검열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라면 연극을 직접 창작했던 송형종 대표가 자신의 뿌리이자 동료들이 있는 연극 현장에 대한 권한 남용에 다름아니다.

서울문화재단과 서울시에 묻는다

이번 결정이 대표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서울시의 행정 기조와 연결되어 있다면 그 책임은 더 크다. 진짜 문제는 송형종 대표가 아니라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의 예술정책이기 때문이다. 예술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행정 효율로 재단하는 순간, 그것은 단지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가 된다. 서울은 예술의 도시라 자부하지만, 예술의 공론장이 사라진 도시에서 그 자부심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연극 생태계의 건강한 공론화를 이어가는 담론의 장으로 <연극in>이 지속되기를

나는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가 관계자들과 하루속히 함께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극in> 논의를 단순한 사업 재편 차원으로만 국한하지 말고 담론 생태계 유지의 중요성, 예술생태계의 자율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으로 확장하여 공론화해야 한다. <연극in>에는 연극을 만드는 많은 실뿌리 같은 생태계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고, 시간이 축적되어 있고, 소중한 대화가 있으며, 수많은 논쟁이 있고, 풍부한 담론이 있다.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쌓아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연극in>이 침묵 속에 갇히지 말고, 계속 연극 생태계의 건강한 공론화를 이어가는 담론의 장으로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임인자

독립기획자로 활동 중이며, 우정과 연대를 꿈꾸는 동네책방 ‘소년의서’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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