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도
지난 8월 22일에 세종예술의전당에서 남녀 무용수 두 명이 리허설 중에 2.9m 깊이의 오케스트라 피트로 떨어져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여자 무용수는 장기 일부가 손상되는 중상을 입고, 대전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되어 5시간 가량 절제 수술을 받았다. 남자 무용수는 갈비뼈 등에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고 응급치료를 받은 뒤 거주지인 서울로 옮겨졌다. 중상을 입은 무용수 가족에 의하면 “근육하고 이게 다 찢어져버리는 바람에, 장(기)하고 전부 다… 이게 회복이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무용수로서…”1라고 말했다.
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가
우리는 2018년 고 박송희 님의 사고를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성악가를 꿈꾸던 24세의 대학원생 박송희는 한순간의 끔찍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어두컴컴한 무대 한 구석에서 그녀가 색칠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무대 중앙이 돌연 지하로 가라앉아 버립니다. 다른 세트를 바삐 옮겨 싣기 위해 리프트를 내려야 했던 것이지요. 이때 무대의 하강을 알리는 경고음이나 경고등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아래로 꺼진 무대를 구분할 만한 울타리 역시 부재했습니다. 도색작업의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선 물리적 거리가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그녀가 뒷걸음으로 세트의 색감을 가늠하고 있을 때 싱크홀처럼 내려앉은 바닥이 그녀의 발꿈치를 맹렬히 빨아들입니다. 깊이는 7m, 아파트 3층 높이에 버금가는 추락이었습니다.2
당시 사고가 일어난 곳은 김천문화예술회관이었다. 박송희 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 벌어진 법정 공방에서는 이 사고를 무대 감독의 잘못, 심지어 피해자의 실수로 몰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김천시는 “무대 감독이 작업을 그만하라 지시를 했는데도 피해자가 이를 무시했고, 리프트가 지하로 내려간 사실을 보고도 실수로 잊어버렸으며, 굳이 뒷걸음쳐 작업의 경과를 확인하지 않아도 될 만큼 공연장은 충분히 밝았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김천시와 피해자의 책임을 8대 2로 산정하여 판결을 내렸는데 김천시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었다.
2022년 3월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성악가 안영재 님이 오페라 공연에 코러스로 참여하던 중, 리허설을 마치고 퇴장하다가 천장에서 400kg이 넘는 철제 무대장치가 내려오면서 자신이 들고 있던 기다란 막대와 충돌하는 바람에 심각한 척추 손상을 입었다. 이 경우에도 공연을 주관했던 민간 합창단과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측이 모두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측은 “사고 장소와 원인 모두 불확실하며, 안 씨가 정해진 퇴장 동선을 지키지 않았다”3고 주장했다. 그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행이 어려워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으며, 성악가로서의 발성과 호흡에도 문제가 생긴 상태다. 게다가 사고 이후 억대의 치료비용을 모두 본인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인데 그는 프리랜서 신분이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었다. 프리랜서 예술인의 산재보험 신청률은 7.3%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처럼 무대 위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공연장 측은 사고의 원인을 기술 스태프나 피해자 본인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세종예술의전당 사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세종시 관계자는 “리허설 전, 춤을 추다가 추락 방지를 위해 넘어가서는 안 되는 곳에 녹색 테이프를 붙여 표시를 해 놓았다. 춤에 몰입하다 보니… 이같은 사고가 난 것으로 본다”4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모든 사고의 원인은 한마디로 ‘안전불감증’이다. 공연단체 측이나 공연장 측이 무대 위에서 공연자들이 연습이나 리허설을 하고 있는 중에, 또는 스태프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중에 무대 바닥이나 조명 설비 등을 함부로 조작하거나 조작 실수를 하기 때문에 빚어진 일들이다. 어떻게 무대 바닥에 형광 테이프를 붙여 놓았다는 것만으로 안전 조치를 다 했다고 할 수 있는가. 무대 위에 ‘사람’이 있을 때 ‘기계’의 조작은 정말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공연법 재개정을 앞두고…
2018년 고 박송희 님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2022년 7월 19일부터 일부 개정된 공연법이 시행되고 있다.
개정된 공연법 시행령은 “공연과 관련해 ▲사망사고 ▲2개월 이상의 입원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 ▲시설 파손으로 복구까지 7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 공연장 운영자 등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이를 보고하도록 했다. 지자체장은 공연장 운영자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을 문체부 장관에게 통보하고 사고 조사에 필요하면 공연장 운영자 등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2024년 1월 15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전국 기준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7년간 발생한 산재는 총 48건이다. 이는 산업재해 보험 가입자를 기준으로 한 통계로 미가입자가 많은 업계 특성상 실제 재해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5
현재 국회에서는 공연법 재개정이 추진되고 있는데 특히 안전사고와 관련된 부분이 주목된다.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지난 7월 18일에 국공립공연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손해배상을 보장하는 내용의 공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운영하는 공연장 및 공연연습장에 대해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함으로써 공연시설 내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6
문화체육관광부는 8월 21일에 예술가의집에서 ‘공연법 하위법령 개정 및 공연 안전 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공연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서는 재해대처계획 수립 및 신고 단계에서의 안전 사항을 추가하고, 관할 지자체의 점검 권한 부여와 이에 따른 공연장 운영자의 협조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중략) 공연 중 인명피해 우려가 있어 공연이 중단된 경우를 중대한 사고의 대상 범위에 포함하며, 즉각적인 보고 체계를 가동하도록 명문화했다. 또한 안전관리 조직 담당자가 공연 전에 반드시 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7
이번에 추진 중인 공연법 개정이 잘 마무리되어 안전사고 예방조치 및 손해배상 책임 등이 강화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만일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 처벌에 관한 부분은 여전히 미약해 보인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산재사고에 대해 엄중 경고하면서 중대재해 발생시 ‘면허 취소와 징벌적 손해배상, 고액 과징금 부과 등’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공연장에서의 산재사고에 대해서도 이에 상응하는 처벌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선 ‘국공립’ 공연장에서 산재사고 발생시, 공연장 책임자 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김미도
한국연극사를 연구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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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용규 기자, 「무용수 ‘추락’ 중상… 세종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세종의소리, 2025.08.24.
<https://www.sjs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81162> ↩︎ - 조은아 피아니스트, 「[오피니언]성악가 지망생 꿈 앗아간 죽음의 무대」, 한국일보, 2020.07.07.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070714080004491?did=NA> ↩︎ - 「세종문화회관서 리허설 중 400kg 무대장치에 눌려… 30살 성악가 휠체어 생활, 보상은 ‘0’」, 인사이트, 2025.06.26. <https://www.insight.co.kr/news/508706> ↩︎
- 위의 기사, 「무용수 ‘추락’ 중상… 세종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
- 박주연 기자, 「공연장 사고‧시설 파손, 지자체장에 보고해야」, 뉴시스, 2022.07.19.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20719_0001947754&cID=10701&pID=10700> ↩︎ - 이흔 기자, 「사고에도 보험은 없었다… 공연장 배상책임 강화된다」, 보험매일, 2025.07.19.
<https://www.fi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173> ↩︎ - 박병희 기자, 「문체부 ‘공연법’ 하위법령 개정‧공연 안전 제도개선 공청회」, 아시아경제, 2025.3.20.
<https://view.asiae.co.kr/article/202503200742437719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