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혜

대통령 선거에 기대는 국민의 바람은 아마도 무엇이 어떻게 변화되고 나아질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힘든 현실에서 그래도 조금은 좋아질 것이란 희망과 기대를 걸고 대통령 후보자들의 말과 모습을 관찰하고 살펴본다. 그리고 선거에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를 최종 결정한다.

정치와 예술은 사뭇 관련이 전무하고 상극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삶 전부를 다루는 것이 정치인지라 예술 또한 예외가 아니다. 더욱이 대한민국에서 예술 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정책과 지원 하에 활동한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아무리 미미한 활동을 유지하더라도 정부가 주도하는 문화예술관련 정책으로부터 직간접의 영향을 받는다.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들은 문화예술과 관련해 어떤 정책들을 들고 나왔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선 공약집을 살펴보았다. 두 정당의 공통점은 예전 공약집보다 분량이 늘어났다는 것과 상당히 늦게 발표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5월 26일에, 민주당은 28일에 발표했으니 사전 투표 전날 발표한 셈이다. 공약이 실린 인쇄물이 늦게 도착하니 일부러 공약집을 온라인에서 열심히 찾아보기 전에는 그냥 방송을 통해 본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투표장에 가는 셈이다. 탄핵 정국에다 2개월이라는 짧은 대선 선거 기간 때문인가 싶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진행된 19대 대통령 선거 때와 물리적 상황이 똑같다는 점을 미루어 본다면 이건 늦어도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공약집의 문화예술 정책

우선 그나마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공약집을 살펴보면 문화체육관광 분야 정책은 공약집 430쪽 중 표지 포함 12쪽에 불과하다. 2~3쪽 생활문화, 4쪽 스포츠 복지, 5쪽 콘텐츠 생태계, 6쪽 콘텐츠 산업(게임, 만화, 뮤지컬) 육성, 7쪽 AI와 문화육성, 8~9쪽 관광, 10~11쪽 지역과 관광, 12쪽 스포츠 산업으로 명시되어 있다. 문화예술 관련 자체 정책 중 눈에 띄는 것은 학교예술교육 확대와 지역 예술 지원구조 이원화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정권에서 문화예술교육 강사지원 사업을 고사시킨 정권이 갑자기 학교예술교육 확대라니? 자신들의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갑자기 추진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문화예술교육 강사지원 사업은 강사들 상당수가 지역에 위치한 학교로 파견을 나갔다. 상당수의 예술 강사가 장거리 이동을 감수하였고 이동에 따른 노동강도와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과 무대책을 상기해 본다면, 그리고 결국 예술강사들을 고사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지역예술지원 이원화도 속된 말로 그냥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다면 지역 학교로 파견 나가던 예술 강사들이 사라진 상황부터 국민의힘은 설명해 주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눈길을 끈 것은 예술대학과 대학원생 대상의 실제 제작 경험을 할 수 있는 지원·협업 시스템 조성이다. 사실 이 정책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으로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여러 기관에서 대학생 창제 지원 시업, 학교 중심 콘텐츠 개발사업, 학교와 지역문화예술 관련 사업 등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그야말로 기존의 정책을 그대로 다시 베껴 쓴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싶다.

문체부 정책이라기보다는 산업통산부와 중소벤처부 정책 같아

그 외의 문화예술 관련 공약들을 살펴보면 김문수 후보의 문화예술 관련 공약은 산업과 예술로 집약된다. 그야말로 돈 되고 장사 되는 것만 육성한다는 내용이 그 나머지를 채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문화예술 관련 정책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수출’ ‘비지니스’ ‘생산’ ‘유통’ ‘보증’ ‘세액’ ‘개발’ 등의 단어들이 다수 등장한다. 문화체육관광 관련 정책이라기보다는 마치 산업통산부나 중소벤처부가 주도해야 하는 정책처럼 보인다.

이러한 면면에는 보수당인 국민의힘에 내재된 문화예술에 에 대한 인식이 흐르고 있고, 당장 팔아버릴 수 있는 제품처럼 예술을 보는 천박함과 예술에 대한 몰이해가 두드러진다. 빨리 만들어서 신속하게 팔아버리는, 마치 미국 월마트 가판대에 9.99$ 짜리 중국산 상품 옆에서 팔리는 물건처럼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실히 보인다. 그래서인지 공약집 내용에는 콘텐츠라는 단어가 예술이란 단어보다 많고, 심지어 ‘예술인’이란 단어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콘텐츠도 게임, 뮤지컬, 만화를 따로 구분지어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 콘텐츠하면 영화와 드라마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데 유독 진보적인 예술가가 문학, 영화, 드라마, 가요 분야에 많아서 삭제된 것인가? 콘텐츠 분야에서도 이상한 기울어짐이 발견된다. 문화예술 종사자에 대한 언급 자체는 부족하고, 그들이 창제한 콘텐츠에 더 집중하고 있는 공약들이 주종을 이룬다. 그래서인지 사람보다 돈 되는 상품을 더 중요시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국민의힘의 문화예술 관련 공약들은 전체적으로 너무 빈약하다. 전체 대선 공약에서 문화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적고 내용도 지난 대선 공약과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AI저작권 관련 정도가 신선하다고 할까. 전반적으로 내용이 중복되고 있거나 산적한 문제들과 일거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전문가의 부재를 짐작할 수 있고, 국민의힘 당내는 물론 대선 캠프 내에서 문화예술은 관심 밖이라는 혐의가 짙다. 문화예술에 대한 몰이해와 철학의 빈곤이 그대로 드러나는 내용이기에 문화예술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마디로 한심하고 답답한 공약집이다.

민주당의 문화예술 관련 정책들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공약집의 핵심 주제어는 ‘회복’, ‘성장’, ‘행복’이다. 짐작했듯이 ‘회복’은 계엄과 관련된 상황과 사건들, 검찰개혁, 방송의 공정성 회복 등 내란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계엄과 탄핵으로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시행되는 것이니 정상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했기에 이전에 진행되었던 여타의 대선 공약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한 이유에서 문화예술 관련 정책들은 ‘성장’과 ‘행복’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해있다. 문화예술을 하나의 범주나 특정 부처의 일처럼 보면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은 국민의힘의 대선 공약과는 다르게 문화예술의 특성에 맞게 집중해 있거나 다른 분야와 다양하게 연계된 형태로 편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어른 돌봄’ 분야에 학교예술 교육이 있고 그 안에 방과후 예술 교육이 포함되어 있는 형태이다.

민주당의 문화예술 분야 공약은 특히 ‘성장’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양산되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성장과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이해된다. 문화예술 생태계 전반에 걸친 다각도의 육성과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을 집중하겠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또한 현장과의 유기적 결합을 위해 민간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차원에서 각종 위원회의 재정비가 필요하고 여기에 민간의 참여가 존재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문화예술 전문 인력 지원에 대한 다양한 정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령 연령별 맞춤 성장 기회 제공이란 측면에서 재교육 강화라든지, 문화예술인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각종 지원제도의 개편이 예상된다.

모두 375쪽에 달하는 민주당의 공약집의 키워드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회복, 성장, 행복이고 특히 문화예술 공약을 성장과 직접적으로 연계하여 설계하고 있다. 이는 국가 성장의 요인으로 문화예술을 보고 있다는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인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문화예술을 일종의 성장 동력이나 자원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는 국민의힘과 별반 차이가 없다. 콘텐츠가 곧 자본이 된다는 견해는 수많은 성공사례의 학습효과를 통해 대한민국 콘텐츠가 어떤 상징과 효과를 얻는지에 대한 확신에 기반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인력 양산과 토대의 구축이 필요하기에 예술인들을 사회보장 안전망으로 유입시키도록 제도화하고, 이러한 제도의 안착을 위해 공간 확충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점들이 국민의힘 공약들과의 차별화를 보이는데 그런 차원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키워드 중 하나가 ‘인프라’이다.

예술, 예술인을 위한 인프라

민주당 공약집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창작활동 보장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예술인 권리보장 정책들이다. 이 부분에서는 예술을 보다 구체적으로 예술가에 맞추어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보인다. 예술가들의 활동과 권리, 경력 유지와 강화에 따른 창제활동 활성화를 위해 표현의 자유와 활동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예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AI와 결합한 성장 동력으로 콘텐츠 육성과 지원, 그리고 저작권에 관한 논의가 제안되고 있다. 이는 소프트 파워의 효과와 전문 인력의 중요성을 인지한 정책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해 문화예술인들의 재교육과 성장을 위한 기관 설립,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육성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과 저작권은 국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에 보다 포괄적인 문제 인식의 한계가 드러난다. 이미 국내 문화예술 콘텐츠들이 통용되고 있는 글로벌 다국적 플랫폼과의 연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이라는 범주 안에 편성되어 있는 예술인 복지관련 정책에서도 문화예술인들에게 보편적 복지와 더불어 경력 단절을 방지하면서 재도약을 모색하는 정책들이 제안되고 있다. 문화 바우처나 문화예술패스 같은 것들은 예전부터 시행되었던 정책이고 국민의힘 문화예술 정책과도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과 건강권에 관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는 것은 차별화된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술인 상해보험의 전면 가입이 빠진 것이다.

그밖에 ‘행복’이란 범주 내에 문화예술 관련 정책들이 요소요소에 편재되어 있어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가령 문화예술교육이라든지 청년관련 정책과 지역 관련 정책에서도 문화예술 관련 정책들이 산재해 있는 형태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화강국위원회이다. 21대 대선 준비 캠프 때부터 내부적으로 K-문화강국위원회(위원장 유홍준)라는 명칭으로 존재하고 있었는데 추후 위원회 운영과 관련 인사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하다.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

민주당의 문화예술 공약이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의 공약보다는 섬세하고 구체적이다. 문화예술 현장과의 소통과 민주당 차원의 관심도가 지속적이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진보적인 견해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국민의힘보다는 풍성한 내용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문화예술 정책은 너무 단선적이다. 예를 들어 환경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친환경을 위해 결국 또 재원을 들여 무언가를 설비하고 시설을 구축하는 정책이다. EU의 경우에는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탄소 포집 및 저장) 직업군으로 예술가를 포착해 그들의 예술적 활동을 지원하고 있고, 환경법에 의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무형의 캠페인 진행에 예술가들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민주당의 정책은 아직도 단편적이고 장기적 전망과 미션 제시에는 사뭇 미흡하다. 보다 통합적이면서 다각도로의 접근을 위해 ‘회복’, ‘성장’, ‘행복’으로 구분 지어 진행한 것은 그나마 좋은 시도였지만 더 장기적인 접근으로의 보강이 요구된다.

대선 관련 정책의 글을 작성하는 마당에 한 마디 덧붙인다면 늘 문화예술 정책 운영은 타 부처와의 첨예한 이해관계에 의해 무시되거나 정당 간의 이해관계와 힘 싸움에서 항상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문화예술에 대한 정치인들의 낮은 인식과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고, 문화예술인들은 정무 감각이 무디고 행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민원과 하소연 수준의 의견만 내놓곤 했다. 게다가 행정가들이 여러 이유와 근거를 대면서 시간 끌기를 시도하면 결국 공약 달성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제발 21대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같은 양상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에서 가장 기본은 예술 그 자체임을 강조하고 싶다. 당장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 유통, 성과가 우선이겠지만 예술은 어느 날 갑자기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예술은 인식과 태도, 가치관과 정서의 변화를 통해 문화와 사회의 변화를 꾀하면서 서서히 진일보하는 분야이다. 따라서 당장의 성과와 소득을 정량적으로 제시하기 어렵고, 또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래도 성과와 육성을 기대해야 한다면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결국 무언가 만들고 움직이며 실천하는 것은 사람이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년을 바라보는 정책과 철학이 필요한 분야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성혜

발레리나 출신인데 주로 글로 춤을 이야기한다. 그 형식은 비평, 이론연구, 문화예술 정책 등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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