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도 변화해 가고 비평의 시대도 저물어가고 있다. 연극계를 둘러싼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부분 함구하고 있기도 하다. 비평이 사라진다는 것은 개개인의 생각이 모이지 않고 쪼개져 아무런 힘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연극과 사회에 대해 생각하는 개인들은 언제나 존재하고 그들의 생각이 표출될 장도 언제나 필요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등이 연극평론을 실었다. 이에 비하면 오늘날에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지면이 사라졌다. 2025년 현재, 극소수의 협회지와 기관지만 남은 상황이다. 이런 매체는 종종 ‘자기검열’을 작동시킨다. 이런 글이 나가면 잡지의 모체인 협회가 지원금을 받는 데 불리해지지 않을까, 너무 비판의 수위를 높이면 귀찮은 공격에 시달리지 않을까, 음으로 양으로 고민하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협단체의 입장으로부터, 지원금으로부터, 이런저런 사적이고 공적인 관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고 독립적인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런 지면이라야, 또 그런 글이어야 제대로 된 비판도, 토론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전문 비평의 시대이자 연극전문지의 시대를 연 것은 1970년 <연극평론>의 창간이었다. 당시의 비평가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전환기 새로운 시대정신의 확립과 이를 담아낼 수 있는 미학적 실험이었다. 1세대 비평가들에게는 가야 할 방향이 있었고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 의식이 있었다. 이 시기 연극비평가들이 서구 담론을 적극적으로 수입하고 한국연극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나아가 가르치려고 든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원이 지난 세기 내내 한국 연극평론의 성격과 태도를 규정했다. 비평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과 신념이 있던 세대, 합의된 지향을 가질 수 있던 시대는 어쩌면 행복했는지 모른다. 오늘날 비평가적 사명감이란 바닥에서부터 다시 물어야 할 질문이다.

연극계 전체뿐 아니라 비평계마저도 협회라는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집단의 욕망 안으로 포섭되어 가고 있다. 참된 비판이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사유는 드물어지고 이해관계에 근거한 말과 행동들이 비평의 언어를 잠식하고 있다. 한때는 요동쳤던 연극계의 비판의식도 이상하리만치 정체된 것을 느낀다. 표출된 문제에 더 이상 감응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도 피력하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들을 본다. 시대착오적 반동의 물결에 맥이 꺾인 것인가, 혹은 ‘자리’만을 탐하고 꿰차는 이들의 기민함과 빠른 계산에 혼란을 느낀 것인가, 그래서 침묵이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한 것인가.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도 유쾌 통쾌한 유머와 위트를 잊지 않았던 연극계 동료들이 그런 식으로 ‘전향’하고 있거나 무력화되는 상황을 고통스럽게 지켜본다.

이런 현실이 역설적으로 비평을, 평론을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우리는 ‘다시 해 보자’는 제안에 전격적으로 호응했고, 일사천리로 웹진 발간을 결정했다. 마중물이 되고 물꼬를 트겠다는 희망에 다시 힘이 솟았다. 이 웹진은 목적의식적으로 기획되었다기보다는 각자 개인들의 의지가 모여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이 침묵의 시대에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개인들의 의지는 잠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러한 비판적 정신을 담아낼 장으로 <악티오>를 구상했다. <악티오>는 어떤 가시적인 목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비평 정신 자체를 강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운영될 것이며 그 가운데 스스로 새로운 비평의 영역을 타진해 나갈 것이다. <악티오>는 계속 움직이고 변화할 것이다.

전환기마다 오늘을 생각하는 비평의 역할이, 내일을 준비하는 철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악티오>는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새로운 글쓰기와 새로운 만남의 장을 실험하고자 한다. 계간지의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월간지의 형식을 담았지만, 매주 발행의 형식으로 몸은 가볍게, 시선은 더 넓게 가지고자 한다. 그리고 모든 매체의 고민일 수밖에 없는 문제, 어떻게 지속성을 가지며 미래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또한 고민하고자 한다.

<악티오>의 편집위원들은 어떤 위계도 없이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악티오>는 어떤 협단체도 구성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지원금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악티오>의 이런 취지에 동감하는 필자들과 함께 연극계의 여러 문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보석 같은 작품과 그 작품이 갖는 미래지향적 가치들을 찾아 부지런히 리뷰할 것이다.

<악티오>는 당신의 참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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