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환
윤석열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을 유지한 채 구속기소 되었다. 이 와중에 나는 고통 하나를 더 꺼내어 쓴다. 그가 하는 행동이 윤석열이 보여준 불통의 정치, 입틀막 정치, 막무가내 정치와 너무나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는 한국연극협회장 손정우다.
삼일로창고극장 ‘24시간 연극제’ 사태
삼일로창고극장은 폐관과 재개관을 반복하면서 2018년 서울문화재단과 민간이 함께 운영하는 민관 거버넌스의 형태로 일곱 번째 재개관을 하게 된다. 나는 재개관 운영위원회부터 참여하여 2020년까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였다. 2023년 서울문화재단과의 민관 거버넌스가 종료되면서 서울시는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을 한국연극협회에 위탁하였다. 그리하여 현재 삼일로창고극장의 극장장은 한국연극협회 협회장인 손정우다.
지난해 9월 삼일로창고극장에서 ‘24시간 연극제’를 개최한다는 사실을 연극계 동료를 통해 알게 되었다. ‘24시간 연극제’는 문턱이 낮은 공공극장을 지향하며,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문화재단과 민간운영단이 진행한 삼일로창고극장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여러 동료 아티스트들의 목소리가 더해져 연극제가 만들어졌고, 대표 기획자는 나였다. 그런데 나를 포함해 연극제를 진행했던 기획자 모두 한국연극협회가 이 기획을 이어가면서 어떤 협의를 했는지 전혀 듣지 못한 채 ‘24시간 연극제’ 공모가 진행되었다. 2024년 9월 24일, 나는 손정우씨 개인 페이스북을 태그 걸어 문제 제기를 하였다.
삼일로창고극장 ‘24시간 연극제’ 기획은 그냥 가져가도 되는 건가요?
삼일로창고극장 ‘24시간 연극제’를 아무 협의 없이 그냥 가져가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삼일로창고극장을 운영하는 한국연극협회는 축제를 그냥 카피해도 된다고 생각하나요?
삼일로창고극장을 운영하는 한국연극협회는 기획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나요?
삼일로창고극장을 운영하는 한국연극협회는 ‘24시간 연극제’를 함께 만든 창작자와 스태프에 대해 고려를 했을까요?
궤변
문제 제기 당일에 한국연극협회와 삼일로창고극장, 그리고 손정우는 어떠한 답변이나 사과도 없이 삼일로창고극장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24시간 연극제’ 사연 접수 공모를 진행했다. 이때 ‘24시간 연극제’는 여러 국가에서 진행하고 있는 포맷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포스팅을 함께 게시하며 방어논리를 구축했다.
그렇다. ‘24시간 연극제’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진행 중이다. 나는 ‘24시간 연극제’ 자체에 대한 IP를 주장한 것이 아니다. 이미 민간 운영위가 ‘24시간 연극제’를 서울문화재단과 진행하고 있을 때, 지역문화재단에서 동일한 기획을 하고 싶다는 문의를 해 온 바 있다. 우리는 우리 고유의 IP가 없는 포맷이니 의사가 있으면 해도 된다는 말을 전했다. 내가 문제를 제기한 핵심은 이와 다르다. 동일한 기획을, 동일한 극장에서, 운영 주체가 달라진 삼일로창고극장 ‘24시간 연극제’로 브랜딩하면서, 사전에 기존 운영 기획자들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진행했다는 점이다.
불통, 입틀막, 막무가내
2024년 9월 26일, 다시 2차 문제 제기를 하였다. 삼일로창고극장 공식 인스타 계정에 댓글로 문제 제기 글을 올렸는데 삭제되었다. 이후 댓글 기능이 막혔다. 한국연극협회가 한 연극인 개인의 입을 틀어막았다. 공공극장인 삼일로창고극장이 공공성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공개적인 의사소통의 과정을 지웠다. 그리고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실장 최수진은 내 문제 제기 게시물에 ‘24시간 연극제’ 해외 사례를 댓글로 퍼 날랐다.
이들의 공공성이 의심되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손정우 극장장의 가족 부고가 삼일로창고극장 공식 인스타 계정에 게시된 바 있다(현재는 삭제). 어떤 공공극장이 극장장 개인의 가족 부고를 올린단 말인가? 이들은 삼일로창고극장을 공공극장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이들은 공공을 사유화한다.
‘24시간 연극제’는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어떠한 사과도, 협의도, 양해도 없었다. 입을 막고, 소통의 창구를 없애고, 막무가내로 진행하였다. 연극인인 내가 윤석열과 한국연극협회 협회장 손정우를 겹쳐 보는 것은 너무 과한 일일까? ‘24시간 연극제’를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성황리에 끝낸 후,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실장 최수진은 내 페이스북 계정에 찾아와 ‘24시간 연극제’ 문제 제기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이 조롱을 잊지 않겠다.
기획에 대한 존중 필요
예술 활동을 하는 우리는 창작 저작권에 대해 엄격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술계 표준 계약서상에도 주요 항목으로 창작 저작물과 저작권에 대해 다루고 있다. 창작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획 또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기획이 창작의 중심에서 드라마트루기의 역할을 하는 작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기획형 연출가, 독립기획자 등이 그 포지션에 해당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기획 저작권 환경에 대하여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전윤환
연극 씬의 무력감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쓰고, 연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