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도

유인촌이 MB정부 블랙리스트 실행의 주역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알 테고, 당시 유인촌이 했던 역겨운 짓들을 더 소환해 본다. MB정부는 국정홍보처를 아예 문체부에 흡수시켜 버렸는데 이로 인해 문체부 예산은 2008년 90억 8천만 원에서 2009년에 189억 8천만 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MB정부의 문체부는 설 연휴 때 방송법과 4대강 정비사업 홍보 책자를 수십만 부씩 찍어 귀성객에게 나눠줬고, 2009년 초에는 <2008 이명박 대통령 어록-위기를 기회로>를 222쪽 전면 컬러로 5천 부를 찍어 공공기관에 배포하기도 했다.1

유인촌은 ‘대한 늬우스’를 기획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나이 든 세대는 다 기억하고 있듯이 1990년대 초반까지 극장에서 영화를 보려면 본 영화 상영 전에 대한뉴스와 문화영화를 의무적으로 관람해야 했다. ‘독재정권의 나팔수’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었던 대한뉴스는 1994년 12월 31일에 2040회를 끝으로 제작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런데 2009년 유인촌의 문체부는 ‘대한늬우스 4대강 살리기’ 영상 두 편을 제작해, 전국 52개 극장 190개 상영관에서 상영을 시도했다가 관제 홍보 부활이라는 거센 비판에 부딪혀 중단해야 했다. 당시 이러한 행태를 비판한 신문기사들의 제목을 보면 「히틀러 라디오에 히틀러 늬우스」(프레시안, 2009.06.24.), 「국민 바보로 아는 대한늬우스」(한겨레, 2009.06.24.), 「역사의 시계 거꾸로 돌린 블랙코미디」(오마이뉴스, 2009.06.25.), 「이제 하다하다 별걸 다해」(폴리뉴스, 2009.06.25.), 「유인촌의 실패한 촌티 전략」(미디어스, 2009. 06.26.), 「대한늬우스, 또 다른 소통 부재」(헤럴드경제, 2009.06.26.), 「문화부 4대강 대한늬우스 자화자찬 파문」(미디어오늘, 2009.07.02.) 등 조롱과 멸시가 넘쳐난다.

유인촌은 작년 12월 3일, 윤석열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같이 계엄을 선포해서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한 후, 12월 10일에 갑자기 정부 대변인을 자처하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 주 내용은 계엄선포가 그동안 국정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들어온 야당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윤석열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었다. 유인촌의 이러한 행동은 정권의 나팔수로 발벗고 나섰던 MB 정부 때와 일맥상통한다. 만약 계엄이 성공했다면 그는 이번 계엄포고령 1호 중 2항과 3항에 해당하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실행했을 것이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그는 윤석열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가짜뉴스, 즉 ‘대한 늬우스’를 다시 제작했을 것이다. 계엄이라는 우산 아래 블랙리스트를 더 공공연히 실행하며 무자비한 검열을 자행했을 것이다. 그는 기꺼이 윤석열의 괴벨스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대한 유인촌의 뿌리 깊은 혐오

윤석열에 의해 비상 계엄이 선포되었던 2024년 12월 3일, 문체부 산하의 한국예술종합학교는 계엄이 선포된 지 1시간 18분 후인 오후 11시 48분부터 작업실 퇴실 조치가 시작되었으며,2 학교 폐쇄조치가 이루어졌다. 한예종 총장은 12월 13일, 학교 홈페이지에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계엄 선포 후 문화체육관광부는 출입문 폐쇄 및 출입자 통제 지시를 전달받아 이를 모든 소속 기관에 전달하였고,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인 학교 또한 출입자 통제와 학생들의 귀가 조치를 전달받았습니다”라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이후’와 문화연대,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116개 예술단체는 12월 16일에 유인촌을 내란동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유인촌은 한예종 폐쇄가 자신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교육부 산하의 다른 국립대학들에는 폐쇄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는데 유독 한예종만 폐쇄된 이유를 어떻게 해명할 수 있나. 이러한 조치는 다시 MB 정부 당시 유인촌이 한예종을 상대로 저질렀던 온갖 만행을 떠오르게 한다.

MB 문체부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좌파집단으로 규정하며 혹독한 감사를 시행했고 황지우 한예종 총장의 공금 유용, 근무지 무단 이탈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며 결국 황총장을 해임했다. 황지우 전 총장은 정부를 상대로 한 교수직위확인 소송에서 2010년 11월 25일 승소했다. 당시 「한예종 사태를 염려하는 영화감독 100인 선언」에서는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낡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어 단죄하고 처형하는 작태는, 마치 바우하우스의 예술가들에게 공산주의자 딱지를 붙이며 독재의 기반을 다지던 독일의 나치를 떠올리게 합니다. (중략) 완장 찬 사람들이, 미운 놈이면 아무한테나 명찰을 붙이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완장과 명찰의 정치를 예술과 학문의 영역에까지 끌어들이지 마십시오.

MB정부에서나 지금이나 유인촌이 하는 짓은 딱 완장 차고 독재자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것이다.

연극계는 언제부터 이토록 체제 순응적이었나

유인촌은 2008년 9월에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갑자기 무용 전용극장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2009년 10월에는 느닷없이 국립극단 법인화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국립극단을 남산으로부터 마구잡이로 끌어내리더니 이제는 다시 남산으로 올라가라 한다.

우리 연극계는 언제부터 이토록 체제 순응적이었나. 2009년 6월 25일, 연극계에서는 무려 1천 37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여 “문화와 예술의 환경조차 관치로써 재단하는 퇴행적 행태는 문화대중 및 예술인의 자존심과 정신적 생명권을 참담한 지경으로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의 검열 사태가 만천하에 폭로되었을 때 연극계는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라는 제하에 무려 21개 작품이 지원금 한 푼 없이 릴레이 공연을 펼친 바 있다. 2016년 겨울, 촛불혁명의 와중에는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뒤에 ‘블랙텐트’를 치고 장렬한 예술적 투쟁을 이어갔었다.

연극계의 그 비장하고 결연한 투쟁 의지는 어디로 갔나. 유인촌의 뻔뻔한 귀환과 그 이후의 악행들을 목도하면서도 우리는 왜 이렇게 조용한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손정우는 유인촌이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었을 때 “빠른 시일 내에 임명되어 본인이 제시한 과제들을 추진하고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며3 지지 선언을 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버젓이 반복된 블랙리스트 논란에 이어 심지어 내란을 옹호하는 대변인 노릇을 하는 장관에게 그 지지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가? 유인촌이 연극 배우 출신이라서 그의 패악질을 눈감아 주고 있는가? 유인촌은 연극계의 최대 수치이다. 우리 안의 수치를 단죄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정의를 논할 수 있을까!

김미도

연극비평을 쓰고 한국연극사를 연구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


  1. 이문영 기자, 「귀막은 MB정부 홍보예산 2배로」, 한겨레, 2009.03.16. 참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344368.html>, (검색일: 2025.01.10.) ↩︎
  2. 유지영 기자, 「문화예술계, “계엄 당일 한예종 출입 통제 밝혀라」, 유인촌 장관 고발」, 오마이뉴스, 2024.12.16.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89169&fbclid=IwZXh0bgNhZW0CMTEAAR33VUjZtIAfFxlUvTJVb_cvv8_co-efxEyrvOMUIUm9DcLA4Nugr0QkJww_aem_tspJ_Ls6rthCKn28cGnWEw >, (검색일: 2024.1.11.) ↩︎
  3. 손정우(JeungWoo Son)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eungwoo.son.3/posts/pfbid025J47TvVsDDhByDvSus94utpqiXtWjUeUAWi3qA7NjGhbS3uXVds3wzhCeN4KJDH8l?locale=ko_KR>, 2023.10.06. ↩︎


ACTiO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인기 검색어